[김기현의 별헤는 산] #12. 러시아 깊은 산속의 돌고래

2018.8.6. PM 23:50 Altai Mountains, Russia (2,100m) ⓒ김기현

2018년 늦여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OB 산악회 ‘백두대간의 원류를 찾아서’ 프로젝트 중 ‘Belukha(4,506m)’ 등반 원정 때 찍은 사진

33살이었던 그 해, 데날리 원정을 잘 마치고 1달 뒤에 바로 러시아로 갔다. 2017년부터 해외 원정을 다니느라 거의 백수였던 나는 그 당시 어차피 노는 거 기회 있을 때 한 번 더 가보자는 생각으로 따라갔던 것 같다. 마음 한편에는 현실의 불안과 걱정을 가득 안은 채로…

친구들은 부러워하고 멋있다고 격려와 응원을 해줬지만 돌이켜보면 생각이 너무 없었거나 혹은 생각이 너무 많았거나 해서 내린 결정이었던 것 같다.

위 사진을 찍으며 산속의 별을 헤던 나의 모습이 그려질지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후회가 1도 없이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되었다. 한때의 좌우명이 ‘후회 없는 삶을 살자’ 였기도 했는데. 얼마 안 살았지만 그리고 지금도 힘들게 살고 있지만 딱히 큰 후회를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직 고생을 덜 했나 보다.

멋있는 산들을 주로 배경으로 담아 작업을 하고 기고를 했는데 이번에는 어딘지도 모를 깊은 숲속에서 촬영한 평범한 배경의 사진을 골라 보았다.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주고 주변 불빛을 막아주는 역할도 해주는데 내게는 정서적으로 포근하게 안겨 있는 느낌으로 별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별 풍경을 담기에는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도 충분한 배경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가운데 있는 작고 귀여운 별자리는 돌고래자리로 여름철 별자리인데,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별자리이다. 화려하고 커다란 별자리보다는 소박하고 작게 예쁜 것이 취향에 더 맞는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사랑을 맺어준 공로로 별자리가 되었는데 그래서 돌고래가 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좀 더 그대로 남겨두고 싶어서 사진에 선을 긋고 글씨를 적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별자리를 잘 모르는 지인분들이 선을 그어드리면 좋아하시길래 한 번 추가로 넣어봤다. 그래도 밤하늘에서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큰 의미는 없기는 하지만.

벌써 봄이 다가왔다. 금세 또 돌고래자리가 뜨는 여름이 오겠지. 카메라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또 산속으로 밤하늘을 담으러 가야겠다

출처 : 루트파인더스(http://www.routefind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