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3. AM 02:00 Selele Pass(4,300m) Kanchenjunga Circuit Trek, Nepal ⓒ김기현
칸첸중가 트래킹 당시 카메라를 총 4대 가져갔다. 디지털카메라 3대 필름카메라 1대,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해서 그런지 오래전부터 필름 사진을 좋아했고 필름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어보고 싶었다. 쉽게 갈 수 없는 기회이고 날씨가 좋은 날 밤이 많지는 않아서 최대한 많은 카메라로 다양한 구도를 노려보는 편이다. 1대를 제대로 설치하느라 시간을 다 써버려 나머지 카메라는 아예 못 피는 일도 종종 있다. 경험상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2대 정도가 최대인 것 같고, 괜한 욕심을 부리다 이도 저도 안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밤에 찍은 필름들은 거의 노출 부족으로 실패했는데 그중에 그나마 궤적이 나온 사진을 골라보았다. 동심원 가운데 가장 밝은 궤적이 북극성이며 북극성은 정확히 북쪽이 아니라 약간 떨어져 있어서 같이 작은 궤적을 그리게 된다.
누가 보면 이게 무슨 히말라야야? 라고 하겠지만 촬영 장소인 Selele Pass는 4,000m 이상의 꽤 높은 곳이며 히말라야 트래킹은 고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사계절이 공존해 더욱 매력적인 여행이 된다. 뒤쪽으로는 유명한 Jannu(7,710m) 산이 잘 보이는 곳이다. 현지 이름은 Kumbhakarna 라고 불리며 힌두 신화에서는 한 번 잠들면 6개월 동안 깨어나지 않는 거인 ‘쿰바카르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셀렐레 패스를 오르기 전에 황금피켈상을 받았던 2023 자누 북벽 미국팀들을 만났다. 3명은 정상에 오른 뒤 헬기로 하산했고 2명은 동상 위험으로 하산해서 롯지에 쉬고 있었는데 그 2명이었다. 나였다면 굉장히 씁쓸하고 아쉬웠을 것 같은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자누 북벽만 3번째 도전이라고 했다. 북미 데날리를 다녀온 적 있다고 했더니 반가워했다.
눈은 많이 없었지만 분위기가 꽤 좋았다.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 시즌에만 운영하는 롯지들이 조금 있었다. 올라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고소 증상만 심하지 않다면 휴양지처럼 머물다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래킹 하는 사람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고 나서 카메라를 세팅했고 필름으로는 3~4컷 정도 시도했는데 다른 사진들은 노출 시간이 좀 모자랐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아니 평범한 것 보다 못한 수준의 퀄리티 사진 같은데 내 마음속에서는 그날의 온도, 습도, 공기가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예뻐 보이고 그리운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래에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 혼자만의 만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고민과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새벽에 잠을 깼다. 과연 보여줄 만한 사진인가 싶기도 하면서 혼자만 갖고 있기에는 또 조금 아쉬운… 욕심인 걸 알지만 조금 더 성장해 보고 싶은 스스로의 채찍질로 여기며 준비를 잘 해봐야겠다.
다음에 또 사진전을 하게 된다면, 흑백 필름 사진으로 별과 산을 담아보고 싶다. 무척이나 어렵겠지만, 어렵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들도 있다. 등반도 마찬가지고 사진도 마찬가진 거 같다.
출처 : 루트파인더스(http://www.routefinders.co.kr)